마드모아젤 샤넬의 초상(Portrait de Mademoiselle Chanel),
마리 로랑생,1923년,캔버스에 유채,92×73cm,
프랑스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 소장.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
1883~1956,프랑스 파리,
자화상,1905, Musee de Grenoble
샤넬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 사업가이다. 브랜드 샤넬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1883년생인 샤넬은 어린 시절 부모와 헤어져 고아원에서 자랐다. 수도원이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생계를 위해 바느질을 배운 그는 이후 부유한 남자들의 정부가 됐다. ‘가난하지만 예쁜 처녀’가 걷는 전형적인 삶을 택한 셈이다. 그러나 샤넬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 남자들의 도움으로 모자 가게와 양품점을 열었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여성복을 디자인하며 마침내 파리의 고급 양장점 거리까지 진출하게 된다.
샤넬과 같은 해인 1883년 태어난 로랑생은 사생아로 아버지를 모른 채 어머니 품에서 컸다. 미술에 자질을 보여 열여덟 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는 파리에서 피카소, 아폴리네르 등 당대 아방가르드 그룹과 어울리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발전해나가기 시작한다. 흔히 로랑생의 작품세계는 큐비즘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그는 어떤 유파에도 속하지 않고 ‘로랑생’ 하면 떠오르는, 파스텔톤의 여성성 충만한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는 데 일생을 바쳤다.
샤넬과 로랑생은 이처럼 여성 예술가가 드물던 시대에 엇비슷한 행로를 걸었던 인물들이다. 나이까지 동갑이었으니 어쩌면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두 사람은 발레 뤼스의 무대의상과 미술을 담당한 인연으로 서로 알게 됐고, 샤넬은 1923년 로랑생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부탁했다. 로랑생은 이 청탁을 받아들여 푸른 드레스를 입고 한쪽 어깨를 드러낸 포즈로 의자에 기대앉은 샤넬의 초상화를 완성했다. 부드러운 곡선과 온화하고 가벼운 색조, 몽환적인 분위기의 배경이 전형적인 로랑생 스타일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러나, 샤넬은 이 초상화를 인수하는 것을 거절했다. 자신과 조금도 닮지 않은 초상이라는 게 이유였다.
샤넬이 거절한 이 초상화는 현재 로랑생의 대표작으로 알려졌다. 싶다. 샤넬이 인수하기를 거절한 탓에 초상화는 계속 로랑생이 소장했고, 그가 타계한 후 로랑생의 다른 3개 작품과 함께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옮겨졌다.
-전원경 문화정책학 박사·‘런던 미술관 산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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