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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와 숙녀 [木馬와 淑女]...!!!

주문을걸다 2009. 10. 1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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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馬와 淑女]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生涯)와...
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少女)는...
정원(庭園)의 초목(草木) 옆에서 자라고...
문학(文學)이 죽고...
인생(人生)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木馬)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孤立)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作別)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등대(燈臺)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未來)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木馬) 소리를 기억(記憶)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意識)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靑春)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人生)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낡은 잡지(雜誌)의 표지(表紙)처럼 통속(通俗)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글: 박인환 , 시낭송: 박인희

 


 

 

 박인환(朴寅煥, 1926년 8월 15일 ~ 1956년 3월 20일

 한국 1950년대의 대표적인 모더니즘 시인

 

■ 생 

 1926년강원도 인제에서 출생하였고 경성제일고보를 거쳐 평양의전을 중퇴하였다. 

 1946년 시 〈거리〉를 발표하여  등단하였으며 1949년 동인그룹 '후반기'를 발족하여

활동하였다. 1949년 5인 합동시집《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발간하여 본격적인

모더니즘의 기수로 주목받았다.1955년 《박인환 시선집》을 간행하였고

1956년 심장마비로  자택에서 별세하였다. 1976년에 시집 《목마와 숙녀》가 간행되었다.

 

   후반기 동인으로 모더니즘 경향의 작품을 발표하면서도 자신만의 도시적인 비애와

인생파적인 고뇌를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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