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두 얼굴]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명승권
커피는 15세기 중반에 아라비아반도 남단에 위치한 예멘에서 시작하여 인도, 이탈리아, 유럽, 인도네시아, 미국 등지로 퍼져나가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소비되고 있는 음료 중 하나다.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 발표한 2011년 전국 커피전문점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커피전문점 수는 2010년 8038개에 비해 54%가 증가한 1만2381개에 이른다고 하며 추정매출액은 2010년에 비해 약60%가 늘어난 2조4819억원이라고 한다. 이처럼 커피 소비가 증가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최근 들어 커피가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가 국제 학술지에 발표되고 있고 이를 언론에서 발표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커피에는 1천여 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러한 여러 가지 화학물질은 어떤 질병의 위험성을 낮추는 반면 다른 질병의 위험성은 높일 수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현재까지 보고된 연구결과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커피를 섭취하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질병에는 당뇨(생활습관에 기인한 성인에게 생기는 2형 당뇨), 일부 암, 파킨슨병 등이 있고 반대로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질병에는 고혈압(단기간 혈압상승), 철결핍성빈혈(철분흡수 방해) 등이 있다.
2009년에 의학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인 미국의 내과학기록(Archives of Internal Medicine)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논문에서는 이전까지 발표된 18편의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연구(공통된 특성을 가지고 있는 집단을 대상으로 특정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집단을 수년~수십년 추적관찰하여 연구대상 질병의 발생률을 비교하는 연구방법, 여기에서는 특정요인은 커피, 연구대상 질병은 당뇨가 됨)를 종합한 결과, 하루에 커피 1잔을 섭취하면 당뇨의 발생이 7% 줄었음을 보고하였다. 저자들은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 뿐 만 아니라 클로로제닉산, 마그네슘, 리그난 등의 물질이 당대사와 인슐린감수성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2011년에 발표된 한 실험실연구에서는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익산과 클로로제닉산이 당뇨의 원인 중 하나인 특정 폴리펩티드(hIAPP) 형성을 억제한다고 주장하였다.
2011년 종양학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인 영국의 BMC cancer에 발표된 40개의 코호트연구결과를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하루에 커피 1잔씩을 섭취할 때마다 방광암, 유방암, 대장암, 자궁내막암, 간암, 췌장암 등의 위험성을 3% 줄이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하지만 2010년에 폐암(Lung Cancer)이라는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메타분석에서는 전향적 코호트 연구결과를 종합한 결과 폐암 발생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 하였다. 필자가 2010년에 비뇨기과학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인 영국의 BJU International에 발표한 메타분석에서는 4편의 코호트연구결과를 종합한 결과 커피섭취와 전립선암은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스톨(cafestol)과 카월(kahweol)과 같은 디터펜(diterpenes), 각종 폴리페놀, 클로로제닉산 등이 항암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2년에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5편의 코호트연구의 메타분석에 의하면 커피섭취가 파킨슨병의 위험성을 낮추는 것으로 보고하였지만 통계적인 유의성이 높지는 않았다. 커피의 카페인성분이 도파민 방출을 억제하는 아데노신을 무력화하고 독성물질의 신경독성을 억제함으로써 파킨슨병에 도움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1년 임상영양학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인 미국임상영양학회지(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된 6편의 코호트연구의 메타분석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1-3컵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1컵미만을 마시는 사람에 비해 고혈압 발생이 3% 증가했음을 보고하였다.
이상과 같이 커피와 질병에 대한 현재까지의 연구는 대부분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커피 이외에 여러 가지 요인들을 통계적으로 보정했다 하더라도 관찰연구들이 가지고 있는 방법론적 제한점들로 인해 커피를 많이 섭취하면 건강에 좋은지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관찰연구들보다 근거수준이 높은 연구방법인 무작위대조군임상시험이 필요하지만 특히 음식과 질병의 관련성에 대한 임상시험은 실행이 쉽지 않으며, 커피의 주요 성분인 카페인, 디터펜, 클로르제닉산 등의 물질을 이용해 임상시험을 시행하더라도 이들 물질만이 아닌 커피에 들어 있는 기타 다양한 물질들의 조합에 의한 효과를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시 정리하면, 당뇨, 암, 파킨슨병에 대해 커피가 긍정적으로 작용을 할 수 있는 반면 커피의 섭취는 혈압을 단기적으로 올릴 뿐 만 아니라 고혈압 발생을 높일 수 있고 철분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작용도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암의 경우 폐암의 발생은 오히려 높일 수 있는 상황에서 커피의 섭취로 인한 이득과 손해를 따져 봐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건강을 위해 커피를 많이 섭취하는 것을 권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현재로서는 음식은 적당히 섭취하는 게 좋다는 뻔한 상식이 여전히 커피에도 적용이 된다.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의 일일 카페인 권장 섭취량은 성인은 400mg, 임산부는 300mg, 어린이와 청소년은 체중 50kg기준으로 125mg 이하다. 인스턴트봉지커피 1잔은 대략 80mg, 커피전문점커피는 250~300ml 1잔은 대략 140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즉 커피전문점 커피 3잔이면 일일 카페인 권장 섭취량을 훌쩍 넘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카페인은 커피 뿐 만 아니라 녹차, 콜라, 에너지드링쿠제, 초콜릿 등에도 들어으며, 특히 커피에 따라서는 한 잔에 공기밥 1공기 이상에 해당하는 열량이 있기 때문에 체중감량이 필요한 경우 제한해야 하며 또한 개인에 따라서는 권장섭취량 이하에서도 위장장애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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